리니지2 레볼루션의 반갑지 않은 흥행

[역대급 흥행 기록]
최근 게임업계는 리니지2 레볼루션 관련 기사들로 연일 들썩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도.. 이 기록이 깨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 넷마블의 성장을 하드캐리중인 리니지2 레볼루션

▶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 한달된 시점의 성적표
- 출시 한 달 매출 2060억원
- 14일 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  (기존 최고기록은 레이븐 99일)
- 사전예약 340만명
- 1개월 누적가입자수 500만명
- DAU(일일 접속자 수) 215만명
- PCCU(최고 동시 접속자 수) 74만명
- 14일 이상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의 결제비율 92%
- 구매유저 92%의 14일차 이상 잔존율 90%
- 비구매유저 8%의 14일차 이상 잔존율 76%

많은 항목에서의 수치 하나 하나가 국내 모바일 게임 역대 최대치입니다.
아니.. 플랫폼 구분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정도 성과를 냈었던 게임이 있었던가요?

이런 소식들이 퍼지게 되면.. '대체 어떻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야?' 같은 생각을 할테죠. 아직 리니지2 레볼루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계속해서 설치를 시킬만한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마, 다음 달에 이 기록이 갱신될까요? 매우 견고한 승자독식의 담벼락이 쌓아올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부익부 빈익빈 입니다.

이것이 기록적인 수치상으로는 대단한 성적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리니지2 레볼루션이.. 그 정도로 대단한 게임이냐? 라는 논점에서는 다소 물음표가 남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식들이 반갑지가 않습니다.

리니지2는 과거 10여년전에 PC 플랫폼에서 출시하여 오랜 기간동안 이미 큰 성과를 이룬 유명한 타이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더라도.. '리니지' 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그거 폐인 게임이잖아' 정도는 다들 알껍니다. 이미 유명한 IP. '리니지2' 라는 스킨을 어느정도 정립이 된 모바일형 RPG 시스템의 틀에 씌웠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놀랍습니다.

▲ 휴먼은 잘생겼고, 엘프는 예쁘고, 다크엘프는 멋있고, 드워프는 귀엽습니다.

비쥬얼적으로는 기존 모바일 RPG에 비해 한단계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콘솔 게임급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죠. '아 옛날에 리니지2 PC에서 참 재밌게 했었는데..' 라는 추억을 지닌 사용자들에게는 스샷 몇컷만 봐도 '와~ 이걸.. 이제 휴대폰에서 돌릴 수가 있다고?' 인스톨의 욕구가 생깁니다. 또한, 과거에 리니지2를 해보지 않은 사용자들도 호기심이 생길만큼 근사하고 매력적인 비쥬얼입니다.

게임 자체는 그냥 '자동 사냥' 켜놓고 게임이 돌아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9할 입니다. 강화, 합성, 뽑기, 노가다.. 이미 익히 경험했었던 시스템들의 구색이 빠짐없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색다를건 없었어요. 최근에 업데이트된 요새전은.. 그냥 과금러들의 전투력(=장비빨)+현질(즉시부활) 싸움입니다. 저같은 무과금러들은 즐길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죠. 하지만, 이 요새전이 과금 굇수들의 '지름'을 부추겼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 현질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리니지의 꽃 혈맹전

어쨋거나, 딱히 색다를게 없었다고 해도.. 많은 린2 유저들이 과거 추억의 소환에 응답한 것인지.. 엄청난 트래픽과 과금력을 보여주는군요. 아마 10대 후반~20대, 30대에 린2를 해봤던 유저들이라면.. 지금쯤 나이가 30~50대에 걸쳐 있을테죠. 본인 취미를 즐기는데에 있어서 수만원의 지출쯤은 어렵지 않은 경제력을 지닌 직딩들이 많을껍니다. 뭐니뭐니해도 린2는 장비빨! 레벨 제한도 없습니다. 저렙이라도 지존 장비를 끼면 다 썰고 다닐 수 있습니다. 좋은 장비 띄우고.. 또 그걸 한계까지 강화시키고.. 장비에 욕심내기 시작하면 수십만원정도는 수분내에 증발합니다. 마치 빠칭코에 구슬 집어넣듯이 그렇게 돈이 금새 사라집니다.

[중소 개발사들의 위기]

이로써 자체적인 브랜딩 및 캐릭터를 활용한 RPG를 개발중인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은 설 자리가 매우 좁아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장르와 시스템이라면.. 굳이 이런 유명 IP 게임을 두고서.. 듣도 보도 못했던 게임을 선택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리고 투입된 자금력의 규모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완성도나 스케일에서도 당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장르, 유사한 시스템을 안만들면 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게 또..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 시장에서 소위 '돈이 벌리는 게임 시스템' 은 어느정도 공식이 정해져 버렸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예외는 언제나 있습니다만. (ex. 모뉴먼트밸리?)
레벨, 캐릭터, 장비, 펫, 별등급, 합성, 강화, 초월, 뽑기, 미션, 업적, 하트(피로도), 출석체크, 월정액권, VIP..  부분 유료화 방식의 최근 모바일 게임들은 앞에 언급된 요소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장르가 RPG가 아니더라도 이런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퍼즐/보드 게임을 즐기려고해도 캐릭터를 뽑고, 모으고, 레벨업시켜야 하는 것이 최근 추세죠. 거기다가 '저 게임이 요즘 잘 벌더라' 싶으면 잽싸게 그 유료화 시스템을 분석해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장르를 불문하고 다 비슷비슷하게 되어가는 것이죠.

돈 많은 자산가가 취미삼아 굴리는 회사가 아니고서야..이런 돈을 버는 추세를 거스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계속 인력들을 데리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벌 수 있는 테크를 탈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 제작자들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게이머의 영혼을 가진채 '예술성, 차별화, 재미' 를 지닌 작품을 만들겠노라며 큰 뜻을 품고 있는 이들이 많을껍니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겠지요.

▲ 뭣이 중헌디!? 일단은 살고 봐야지..

이렇게 현실과 타협해가며 천신만고 끝에 게임을 제작을 완료했다고 해서.. 그리 간단하게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데.. 소규모 개발사는 본인들이 출시한 게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매우 한정적입니다. 마케팅/홍보라는 것도 다 돈이거든요. 게임 개발은 언제나 당초 예상보다는 기간이 더 걸립니다. 예외없이 백프로에요. 개발비로 대부분 써버린 투자금.. 남아있는 몇푼으로 힘겹게 홍보를 해봅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리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에게 전달이 될껍니다. 생각보다 설치수가 안나옵니다. 좀처럼 돈이 안벌립니다. 회사는 유지되기가 점점 힘이 듭니다. 잘 만든 것 같은데.. 터질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중소개발사들이 올해도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반면에 대규모 퍼블리셔, 개발사들은 퍼붓기 식으로 홍보를 합니다. 홍보에만 수십~수백억을 그야말로 때려붓습니다. TV에서도 보이고, 지하철에서도 보이고, 라디오에서도 매일 나옵니다. 대체 뭐길래? 궁금해서 설치를 해봅니다. 이런식인거죠. 돈이 돈을 법니다. 게임 시장에서도 이처럼.. 타고난 금수저, 혹은 금수저의 지원을 받는 게임 타이틀만 계속 잘되는 구조가 잡혀버렸습니다. 흙수저 개발사들은 금수저 개발사들과 출발 지점부터가 너무 차이가 나서..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기조차 불가능한 것이 게임판의 현실입니다.

▲ 중소개발사들의 고민은 더욱 더 깊어만 갑니다..

[다양성을 잃어가는 모바일 게임 시장]

조금 다른 시도를 한.. 꽤 할만한 게임이 나왔다고 칩시다. 매출이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서버 유지 비용도 못 뽑습니다.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반대로 많은 이들이 '저거 또 뻔하게 확률 뽑기에 자동사냥 이잖아?' 라고 욕을 해주고픈 게임이 나왔습니다. 어, 매출이 제법 납니다!? 이걸 보고서 비슷한 틀을 지닌 게임들이 공장에서 찍혀나오듯 나옵니다. 걔네들도 꽤 벌립니다. 또 비슷한게 나옵니다. 또 꽤 벌립니다.. (반복)

▲ 잘 만든게 성공이냐고? 착각하지마. 잘 버는게 성공이야!

작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노라면, 위와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돈을 벌지 못한 게임들은 정리가 되고.. '돈 벌기에 최적화된 게임 시스템' 을 지닌 비슷비슷한 게임들만 남겨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유명 IP라는 스킨만 다르게 입혀진 채.. '대작'이라는 명목하에 언젠가 해본 것 같은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신작들이랍시고 출시되겠죠. 그리고 그들이 또 돈을 벌껍니다.

이렇게 뻔한 게임이 나와도.. 계속 매출이 나고 있습니다. 이건 개발사를 욕할게 아닙니다. 그저 그런 게임들의 출시를 욕하는 사람들중에서.. 과연, 몇명이나 실력있는 개발사들의 조금 달랐던 시도들을 반기며 지갑을 열어줬을까요.. 개발사는 이용자들의 트래픽과 결제를 먹고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매출이 날 가능성이 높은 쪽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창의적인 게임, 기발한 게임.. 시장에서 많이 구매를 해줬었더라면.. 자연스럽게 그런 새로운 시도들, 좋은 작품들이 계속 나왔을껍니다.

▲ 현실 세계는 순수한 열정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만큼 아름답지 않다.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임만 시장에 남겨진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스팀에서 몇천원짜리 게임이 하루에 수억원 벌어들이는 복붙 게임보다 작품성도 훨씬 뛰어나고 재밌다고!' 라고 열변하는 게이머들도 있을껍니다. 하지만, 모두가 '작품성'을 따져가면서 소비를 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잡근해서 편하고 재밌게 즐기려는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껍니다.

이미 많이 경험해서 익숙하고 지겨운.. 모바일 게임 시스템의 진부한 요소들을 전부 갖춘 '리니지2 레볼루션'의 엄청난 흥행을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씁쓸함이 함께 느껴집니다. 분노하고 한탄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껍니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 될지, 언젠가 바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단은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한줄의 코딩, 한줄의 기획, 한번의 선을 그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의 어깨를 따뜻한 손으로 툭툭 두드려주면서 '힘내세요!' 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반갑지 않은 흥행 리니지2 레볼루션의 반갑지 않은 흥행 Reviewed by 우비고고 on 1/19/2017 03:32:00 오후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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