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머큐리 / 블랙베리의 순수 혈통 안드로이드폰

▲ 물리 쿼티 키보드 장인 블랙베리

루머만 무성하던 블랙베리 머큐리. 이번 CES 2017 행사에서 티징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스펙이 확정되지 않았고, 다가오는 2월에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7 행사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 머큐리와 관련된 이야기는 포스팅 맨 하단에 있습니다.

흥분되는 기다림.. 아.. 넘나 참기가 힘듭니다. 실물을 눈으로 보니까 입에 침만 더 고입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그간 덕질을 해왔었던 블랙베리 휴대폰들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에서의 이야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에서 언급하게 되는 블랙베리 제품들은 '물리 쿼티 자판'을 가지고 있는 것들만으로 제한합니다.
자판없이 풀터치 화면만을 가진 블랙베리 라인업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걔네들은 블랙베리가 아니야!)

▲ 아이폰에서 '타이포 키보드 케이스'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었지만.. 너네는 진짜가 아니야!

블랙베리 휴대폰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구나.. 쿼티 자판에 꽂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구나(?)..
요정도를 가볍게 간접체험 해보실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시작해보겠습니다!


#1. 전성기 드림팀 - 볼드

9000, 9700, 9780, ,9790, 9900, 9930 까지 이어지는 블랙베리 볼드 라인업들이 블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인업 입니다.
블랙베리 하면 생각나는 스크린 하단의 물리 자판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이미지의 각인은 이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위쪽부터 볼드9000, 볼드9700, 볼드9900

천지인 같은 휴대폰 전용 키보드들에 비해.. 풀쿼티 자판이 가진 생산성은 더 뛰어났습니다.
휴대폰에 이메일을 연동하여 손 안에서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메리트가 있었죠.

또한, 캐주얼한 정장룩을 입고 한손에 블랙베리폰을 들고 있는 모습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멋지고 세련된 현대 도시 남자/여자' 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안겨주었습니다.

▲ 한때 블랙베리 매니아였었던 미국 대통령 오바마

하지만, 블랙베리 마켓에서는 쓸만한 앱들이 거의 없었고, 액정 화면은 너무 협소했었죠.
시대가 흐르면서 훌륭한 앱이 넘쳐나는 플랫폼과 풀터치를 지원하는 넓은 화면의 기기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아이폰을 비롯한 풀터치 화면의 빠릿한 스마트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느리고 불편한 블랙베리는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블랙베리는 아마도 이 시점부터 계속 내리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OS10 선봉 - Q5, Q10

풀쿼티 물리 키보드를 지원하면서 SNAP을 이용한 사이드로딩 방식으로
안드로이드앱을 사용할 수 있는 OS10의 최초 모델들 Q5, Q10 입니다.

사양으로는 Q1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 Q5 였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연결고리는 별로 없었습니다.
사양에 따른 선택 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보고 마음에 드는 쪽을 택하면 되었더랬죠.

▲ 예쁜 쓰레기1 Q5

▲ 예쁜 쓰레기2 Q10

아이솔레이션 키보드, 캐주얼한 플라스틱 바디, IPS 액정이 더 끌린다면 Q5
조금 더 나은 사양, 블베다운 쿼티 키보드, 패브릭&우레탄 뒷판이 더 끌린다면 Q10

하지만, Q5과 Q10에서는 트랙패드, 터치패드의 부재로 볼드 쓰던 사용 경험에 비해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고..
안드앱이 돌아가긴 하나 너무 느린 탓에 몸에 사리가 생길 정도로 답답함을 느낍니다. 거기다가 카메라는 너무 구려서 없는 셈 쳐야 했었죠.

레어한 디자인,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쫄깃한 쿼티 키보드.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사양.

사람들은 블베병에 걸렸다가, 답답해서 치웠다가, 못잊어서 또 샀다가.. 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블랙베리 폰을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게 됩니다.


#3. 희망고문 - 클래식

블베 팬들은 아마도 클래식의 출시를 가장 기다렸을 것 같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볼드 라인업들과 가장 가까운 외관을 가진 최신 블랙베리였으니까요.

▲ 생김새로는 블랙베리 끝판왕 (현실은 예쁜 쓰레기3)

이름에 걸맞게 수트를 연상케하는 클래식한 디자인. 압도적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정도의 위용이라면 내리막이던 블랙베리가 부활할 수도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출시된지 오래된 AP인 스냅 S4를 사용한(대체 왜?) 클래식은 실사용하기엔 너무 답답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스펙만 보면 전작인 Q10 보다 나아진 점이 없습니다. 나아진 것은 트랙패드가 생겼고, 화면이 더 크고 좋아졌다는 점 정도랄까요.

그런 상태에 가격은 또 프리미엄급 가격이었습니다. 클래식 한대 살 돈이면 Q10을 2대 살 수 있었죠.
'이쁜 쓰레기'가 한개 더 탄생했습니다. 애정만으로 버티기에도 쉽지 않은 불편한 사용성에 하나둘 GG를 치며 떠납니다.

▲ 블랙베리가 다시 부흥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클래식 출시 이후부터 블랙베리의 신제품 루머가 돌 때 마다 팬들은 항상 비슷한 목소리를 냈었습니다.
'클래식 디자인, 안드로이드 OS 올리고, AP 스냅 800 이상, 램 3기가 이상, 카메라만 쓸만하게 달아주면 얼마를 부르더라도 사줄께~!'

클래식 외관에 하이엔드 안드로이드라면 지갑을 탈탈 털어서라도 사주겠다는 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팬들의 바램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구요.


#4. 반쪽짜리 완전체 - 패스포트

클래식에 비해서는 그나마 스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후속작이 블랙베리 패스포트 였습니다.
점점 높아져가는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하지만, 아직까지도 '블랙베리 기기들 중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꼽으라면 패스포트입니다.
Q5,Q10 형제는 정말 그냥 예쁜 쓰레기, 완벽한 외관의 클래식은 성능 고자, 뒤에서 설명할 프리브는 비싼 이단아..

이 기기를 실제로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사실, 적응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훈련(?) 기간이 필요합니다.
패스포트는 실제 여권크기와 동일합니다. 휴대폰으로써는 처음 만나는 생소한 크기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허들입니다.

▲ 실제로 이렇게 오래 쥐고 있으면 손에 쥐남

주머니에 넣자니 뭔가 걸리적 거립니다. 손에 들자니.. 어쩐지 한손에 딱 잡히지가 않습니다. 애매한 크기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블베 쿼티 키보드는 4열인데, 패스포트는 3열입니다. 기존의 블베 유저들에게도 적응이 필요한 자판입니다.

적응을 마치고 나면,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아주 빠릿하진 않지만.. 그냥저냥 돌아가는 안드앱들.
유니크한 디자인. 쓸만한 카메라. 꽤 오래가는 배터리. 적응되면 매우 편리한 키보드.
특이한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매우 높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블베 OS10 이후부터는 SNAP을 통해 안드로이드 앱들을 우회 설치해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서 금융, 쇼핑 관련 앱들은 안되는게 있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합니다.
애초에 안드로이드 OS를 올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반쪽자리 완전체라고 생각합니다.

출시된지 꽤 되었기 때문에 가격도 많이 떨어져있습니다. 국내 직구 쇼핑몰을 이용하더라도 30만원 안쪽이면 삽니다.
블랙베리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현시점에서 남아있는 합리적인 선택지는 패스포트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현실적인 블베폰 선택지 마지노선. 패스포트.

저는 2015년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블베 공홈에서 주문해서 잠깐 사용했었습니다.
근데.. 문제가 생겨서 다시 미국으로 반송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간혹 무한부팅이 걸리는 불량 증상이 있었는데.. 여기에 당첨되면 환불이나 교환 말고는 답이 없었습니다.
제가 바로 여기에 당첨된 바 있는 1인 입니다. (되라는 로또는 안되고!!!)

그리고.. 패스포트부터 터치지원 물리키보드가 장착되어 표면을 슬라이딩하여 트랙패드처럼 쓸 수 있게 됩니다. (패스포트, 프리브, 머큐리.)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웹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면서 스크롤 하는 것이 매우 거슬리더군요.
그 정도로 편리하고 쾌적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5. 최초의 안드로이드, 이단아 - 프리브

지난해 블랙베리 프리브가 출시 1년만에 뒤늦게 11번가를 통해서 SKT 통신사 약정으로 국내 정발이 되었더랬죠.
하지만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 시기에는 이미 동일 가격대에 훨씬 더 좋은 선택지들이 많았으니까요. 

프리브는 쿼티 자판을 탑재한 블랙베리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이었기에 그 의미와 관심이 남달랐었습니다.
이미 국내 정발 이전에 살만한 사람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서 다 구매한 상태였을껍니다. 국내 정발은 엄청난 뒷북이었죠.

▲ 일단 간지는 납니다만..

스냅 808, (어설프긴 하지만)엣지 스크린, 슬라이딩 쿼티 키보드, 레어한 블랙베리 마크, 완벽한 안드로이드OS.
나름 출시 당시에는 하이엔드 스펙으로 블랙베리 팬들을 비롯하여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을껍니다.

과거 SKY폰이 '가장 비싸고 좋은 폰'이던 시절에 슬라이딩 방식의 SKY 제품들이 유독 많았었죠.
그 시절에 각인된 슬라이딩 쿼티 자판의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프리미엄폰'이라는 느낌도 제법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 너무 길쭉.. 리모컨인줄~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스냅808의 발열 문제, 슬라이딩으로 인한 유격, 온전치 못한 최적화로 인한 렉, 불안정한 그립감..
먼저 총대를 메고 사용을 해 본 선발대들의 실망스런 후기가 하나둘씩 퍼지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극소수라고 하지만.. 제가 겪었던 패스포트와 유사한 무한 재부팅 현상이 프리브에서도 목격되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슬라이딩 쿼티 키보드는 숨겨져 있다보니까 잘 꺼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막상 꺼냈을때엔 전체적인 폰의 길이가 너무 길어져버리는 바람에 그립이 불안정해졌고,
타이핑을 할라치면 무게중심이 너무 아래로 쏠리면서 폰이 들썩거리는 등..
높았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완성도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 그냥 밖에 계속 나와있으면 안되는거야?

블베의 핵심 구매 가치인 쫄깃한 물리 키보딩의 손맛. 이것이 마치 부록처럼 들어갔었던.. (숨겨놓고 안쓰게되는)
그래서 저에게 프리브는 '이단아' 로 분류시키고 싶은 제품입니다.


#6. 블랙베리의 순수 혈통 - 머큐리
머큐리야말로 블랙베리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모델입니다. 블베 쿼티는 이렇게 붙어있어야 제맛이죠.
블랙베리의 핵심 DNA인 '가장 정확하고 누르기 쉬운 키보드'가 이렇게 나와주기를 기다렸습니다.

4열 키보드, 메탈 프레임, 고무재질 뒷면, USB-C 충전, 3.5mm 이어폰 잭, 안드로이드 누가 7.0, 일체형 배터리. 
아직까지는 이정도가 공개된 정보입니다.

4열 쿼티 키보드를 탑재한 제대로 된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출시가 드디어 코앞에 닥쳤습니다.


▲ 어서와~ 용돈 모아놨어!

지난해 9월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블랙베리는 하드웨어 개발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고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부터 블랙베리 머큐리를 기점으로 하드웨어는 중국 제조사인 TCL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TCL은 SKT 전용폰 쏠 시리즈를 제조한 업체입니다.)
블랙베리의 순수 혈통을 지닌 TCL의 첫번째 작품은 머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스펙에 대해서는 루머만 무성할 뿐 공식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AP 관련된 루머 히스토리를 보면, 초반엔 스냅 821 이라고 하더니만, 최근엔 스냅625로 내려갔죠.

▲ CES 2017 행사장에서 공개된 머큐리

프리브의 하이엔드 전략 실패를 겪으면서..
보급형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운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625 정도면 무거운 게임의 프레임 정도만 조금 포기하면 실사용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AP 사양 조금 떨구고 가격만 합리적으로 잘 책정되면 시장 반응이 더 괜찮을 수 있습니다.

블랙베리 팬들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다리고 있는 제품입니다.
올해 제 스마트폰 교체 타이밍은 블랙베리 머큐리의 출시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 머큐리. 놓치지 않을꺼에요~

지금의 페이스라면.. 2월에 MWC에서 공식 발표하고..
혹여나 더 늦어지게 되면.. 올해 3분기, 4분기에나 출시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예상입니다. 2월에 공개 후 바로 출시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차피 기다린거.. 올해 안으로만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문제점 없이 완성도 높게 다듬어서 말입니다!

아래에 머큐리와 관련된 동영상들을 첨부하면서..
이만, 긴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머큐리 티징1

▲ 머큐리 티징2

▲ 리뷰 사이트에 배포된 머큐리 프로토 타입

▲ 머.. 머큐리가 너무 가지고 싶어요.. ㅠㅠ

블랙베리 머큐리 / 블랙베리의 순수 혈통 안드로이드폰 블랙베리 머큐리 / 블랙베리의 순수 혈통 안드로이드폰 Reviewed by 우비고고 on 1/12/2017 05:20:00 오후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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